Colossal.2017.1080p.WEB-DL.H264.AC3-EVO

디지털 배급 | 다날 엔터테인먼트

 

어, 저기!

 

더러워
만지지 마

 

늦었네
내일 다시 찾아보자

 

안 돼

 

내일 못 찾으면
엄마가 또 하나 사줄게

 

엄마, 찾았어!

 

어, 그래?
잘됐다, 집에 가자

 

25년 후

 

차는 2시에 탔어

 

그리고 원래
여기로 오려고 했어

 

난 그랬는데

 

조지아가
집에 들르자는 거야

 

난 차 얻어타고
다니는 신세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갔어

 

따라갔더니 얘가
잠깐만 자겠다는 거야

 

그래서 깰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도 잠들었어

 

눈 떠보니까
아침이더라고

 

화났어?

 

내가 얼만큼
화나면 될까?

 

완전 폭발?
아니면 약간?

 

어떻게 생각해?
뭐가 좋을까?

 

약간만

 

더 약간은 안 돼?

 

싸우기도 싫어

 

- 마찬가지야
- 이게 뭐라고 싸워

 

맨날 겪는 거

 

허구헌날
나만 열 받고

 

누군 술에 떡이 돼서
아침에 들어오고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보면서

 

일을 오래 쉬어서
그렇다고?

 

그게 사실 아니야?

 

노력도 안 한다고
뭐라고 하면

 

아니라고 발끈하는데
그것도 거짓말이잖아

 

맨날 집구석에서
변명만 하고

 

나도 신물이 나!

 

 

진정해봐

 

조지아가 가쟀지
난 가기 싫었어

 

조지아는 누구야?

 

나타샤구나

 

글로리아
이건 아니야

 

넌 통제불능이야
널 사랑하지만

 

이 상태론
나도 안 되겠어

 

그게 무슨 소린데?

 

네 짐 싸서
침실에 놨어

 

뭐?

 

- 가방은 가져
- 뭐? 뭐?

 

나 들어오기 전에
나가줬으면 해

 

- 그럼...
- 팀

 

안녕

 

- 미안해
- 팀!

 

팀!

 

저 남자야
빨리도 나가네

 

콘센트 어딨어?
휴대폰 충전하게

 

중국 음식 시킬까?

 

- 단골집에서 시켜먹자
- 난 거기 별로야

 

음식에 사과를 넣어?

 

콜로설

 

- 혹시...
- 오스카?

 

글로리아?

 

믿기지가 않네

 

널 알아보다니
진짜 기적이다

 

- 하긴...
- 아무튼 반가워

 

- 그래, 반가워
- 안녕

 

여긴 어쩐 일이야?

 

휴가차 왔어

 

부모님 집도 비었고
고향 생각도 나서

 

- 그렇구나
- 응

 

그래서 뭐 하는데?

 

지금

 

아무것도

 

한잔할래?

 

- 그래, 좋지
- 그래, 타

 

- 응
- 그래

 

도와줄까?

 

미안

 

미안해
아직도 당황스러워서

 

그래

 

어디 가는 거야?

 

일하러 가는 거야

 

그 술집 있잖아

 

아버지 바에서
일하는구나?

 

- 좋네
- 이제 내가 사장이야

 

그...

 

-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 난 그것도 모르고

 

아니야

 

언제?

 

몇 년 됐어

 

-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 그래

 

어머니는 어떠셔?
힘드셨겠다

 

아버지보다
한참 전에 돌아가셨어

 

미안해
그것도 몰랐네

 

너 여기 살 때야

 

기억 안 나?
장례식도 왔었잖아

 

내 기억이랑 다르네

 

응, 뜯어고친 지
오래됐어

 

손님들이 줄길래

 

이제 컨트리 바는
안 되겠다 싶더라

 

맘에 들어

 

- 그래?
- 응

 

그럴 줄 알았어
더 세련돼졌지?

 

클래식한 느낌이 드는
바를 만들고 싶었거든

 

알지?

 

테마 같은 거
딱히 없는 바

 

- 테마가 있는데?
- 없어

 

분위기야 있지만
테마는 없어

 

이게 무슨 테마야?

 

바 테마?

 

- 가게 더 크지 않았어?
- 응, 기억력 좋네

 

손님이 줄어서
반으로 줄였는데

 

괜찮아, 가끔씩
친구들이 도와줘

 

대부분은
혼자서 일하고

 

괜찮아?

 

머리...

 

불안할 때 버릇인데
정수리가 가려워서

 

- 무슨 원숭이 같네
- 원숭이 같지

 

그럼 뭐예요?
오스카의 숨겨둔...

 

아뇨

 

얘기를 못 들어서

 

초등학교 때
친구였는데

 

내가 뉴욕으로
이사 갔어요

 

여긴 며칠
놀러온 거예요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요?

 

내 문제요?

 

나도 옛날에
뉴욕에 살았어요

 

인쇄소에서
몇 달 일했죠

 

그때 어떤 남자가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갱신할 돈이 없대서
며칠 재워주고 도와줬어요

 

1주일 지내다 보니까
수배자더라고요

 

남자친구를 팼다나

 

- 가스
- 저기...

 

- 내 문제가 뭐라고요?
- 당신 문제요?

 

나한테 물어보고
얘기 시작했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물어본 적 없는데

 

- 물어봤나?
- 물어봤어

 

미안해
새로운 사람만 보면

 

쓸데없는 소리
하는 게 특기야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미안해요

 

메인헤드 어때요?

 

많이 변했어요?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리 와봐

 

이런 세상에!

 

그 말 그림이잖아!

 

응, 그거야

 

세상에, 그대로네
끈내준다!

 

여길 왜 안 써?
이렇게 멋진데

 

필요 없었다니까

 

필요 없었어?

 

뜯어고치다가
돈이 떨어져서

 

마저 못 한 거예요

 

이 가게의
어두운 비밀이랄까

 

엉덩이 문신 같은 거죠

 

- 오스카
- 응

 

너 진짜 바보야
이렇게 멋진데

 

바보가 아니라
이 정도면...

 

어이가 없을 정도야

 

민트 먹을래요?

 

나 입냄새 나요?

 

- 오스카
- 응

 

혹시 티백 있어?

 

차 마시게?

 

아니, 티백만

 

끝에 끈 달린
티백 있잖아

 

나도 뭔지는 알아
뭐에 쓰려고?

 

마술 보여주게

 

이름도 모르네요

 

- 조엘이에요
- 글로리아예요

 

남자들은 왜 그럴까요?

 

뭐가요?

 

인사시켜줄 때
미남들만 빼놓는 거

 

한 명이지만

 

녹차가 뭔지나 알아?

 

녹차는 병으로
안 나와

 

웨스 앤더슨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

 

기분 최고야!

 

음악이 좀 아쉽네

 

우리 학교 다닐 때

 

이야기 경진대회가
자주 열렸는데

 

매년 글로리아가
상을 휩쓸었어

 

거기까지 해
내 이야기는 끔찍해

 

그래?

 

내 이야기보단 낫잖아

 

술 더 가져올게

 

작가가 꿈이었던 건
몰랐는데

 

아니야

 

잘못 짚었어
쟤가 작가지

 

나도 작가 아니야
내가 무슨...

 

소설이 아니라

 

온라인 매거진
기사 쓰는 거예요

 

- 인터넷에 떠있어요?
- 네, 맞아요

 

진짜 멋진데요

 

그렇죠

 

검색해줘요
한번 보게

 

알았어요

 

- 네
- 기다려봐요

 

- 미안해요
- 야! 뭐하는 짓이야?

 

- 또 맞아볼래?
- 오스카, 아니야

 

아니야, 됐어

 

- 고향 사람을 추행해?
- 술 마셨잖아

 

그냥 장난치던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

 

너...

 

- 무슨 일이야?
- 아니에요

 

어이가 없어서

 

또 뭐야?

 

젠장

 

누가 또...

 

 

언니, 무슨 일이야?

 

나야 괜찮지

 

괜찮아

 

응, 난 못 들었어
무슨 소린데?

 

뭐?

 

말도 안 돼
뭐 보나마나...

 

인터넷에서 합성 가지고
장난하는 거겠지

 

아니면 입소문 노리는
광고라거나

 

뭐?

 

세상에... 끊어봐
두손 다 써야 돼

 

웬일이니

 

말도 안 돼

 

서울 공격당하다!

 

맙소사

 

괴수의 습격
충격 영상

 

저거 뭐야?

 

어, 저게 뭐지?

 

여보세요?

 

통화 괜찮아?
혹시 바빠?

 

괜찮아

 

방금 집에 왔어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세상에, 팀

 

방금 뉴스 봤는데

 

나 충격 먹었나봐

 

엄청 큰 괴수가...

 

방금 서울을 박살냈어

 

갑자기 나타나서...

 

그래, 놀라긴 했는데
9시간 전이잖아

 

방금 들은 거야?

 

 

그럼 하루종일
뭐 했어?

 

그게...

 

별거 없었어

 

집 정리했지

 

근데 너...
그건 왜 물어봐?

 

걱정돼서 그러지

 

제대로 살 방법을
찾으러 갔다면

 

지금 하고 있거든?

 

거기서도
밤새 술 퍼마시면

 

정신과 가봐야 돼
결말이 뻔하잖아

 

이것은 공격일까요?
자연재해일까요?

 

국제적인 위기와 함께

 

주식 시장도
추락하고 있습니다

 

- 이거 마셔
- 고마워

 

괴수가 사라지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입니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놀랍지 않아?

 

역사의 방향을 바꿀
사건을 본다는 게

 

과학자들 사이에선
기존의 물리학 법칙을

 

전면 개정해야 할지
동요가 일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서울로 집결하여

 

혹시 모를 방사선 피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우린 천만다행이라고
뒷짐지고 구경하고 있지

 

파괴로 인한
공기 오염으로

 

도심 지역의 대피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전세계에
종전을 권고하고

 

범국가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나토 병력이
구조에 나섰지만

 

사상자 수가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공식 성명 후에도...

 

여보세요?

 

안녕

 

- 나 때문에 깼어?
- 아니, 무슨 일이야?

 

얘기하고 싶어서

 

방금 일어났는데

 

자기 출근할 시간이라
전화해본 거야

 

글로리아, 취했잖아

 

취했을 땐
말하기 싫어

 

나 안 취했어

 

그냥 건 거야

 

이것저것 좀 사려고

 

에어 매트리스도 샀고

 

출근 준비해야 돼
나중에 얘기해

 

젠장

 

젠장!

 

안녕

 

안녕

 

TV 가져왔어

 

조심

 

젠장, 잠깐만

 

아니, 그냥
이쪽에 놓자

 

- 그래
- 미안

 

집이 엉망이라 미안해

 

와이파이 잡히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뭐라고?

 

말 안 했는데

 

아, 그래

 

저쪽에 놔야겠다
콘센트 저기 있네

 

내가 도와줄 게...

 

아니야, 괜찮아

 

이런 일 좋아하거든

 

그래, 고마워

 

근데 진짜 생각도
못 한 선물이네

 

이 TV?

 

- 응
- 어젯밤에 얘기했잖아

 

- 기억 안 나?
- 맞다

 

그래

 

괴수 또 나왔어?

 

응, 또 서울을
공격했어

 

뭐?

 

심각하진 않았어

 

또 같은 장소에
나타났는데

 

그냥 서 있더라

 

희한한 손짓만
잔뜩 하면서

 

건물을 몇 채 부숴서
몇 명 다쳤지만

 

저번 같진 않았어

 

그게 언제였어?

 

8시 5분

 

- 똑같은...
- 똑같은 시간에

 

진짜 이상하네

 

어제랑도 똑같고

 

예전에 나타났던
시간이랑도 같아

 

예전?

 

내가 보여줄게

 

그래

 

어떻게 아직도
이걸 못 봤어?

 

이건...

 

25년 전이야

 

세상에!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그때도 8시 5분이었어

 

정확하게

 

그땐 다들
조작인 줄 알았어

 

이 사진
한 장뿐이었거든

 

화질은 별로지만
실루엣이 똑같잖아

 

이떄도 서울이었어?

 

응, 서울이었어

 

근데 좀 그렇네

 

뭐가 그래?

 

괴수가 서울만
공격하는 거라면

 

나머지 나라들은
신경 끊을 거잖아

 

지금은 종전이다
뭐다 하지만

 

그런 것도 관두고

 

그럼 어젯밤 대화는
기억 안 나는 거야?

 

또 신파 찍었어?

 

그게...

 

휴가차 온 게 아니고

 

1년간 백수였고

 

남자친구 팀이랑
같이 살았는데

 

잘 안 풀렸고

 

돈도 없어서
당분간 내려왔다며

 

실은 형편 힘든 거
진작 눈치챘어

 

그러니까
창피할 거 없어

 

그래, 축하해

 

딴 말은 없었어?

 

바에서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했어

 

여기 있는 동안
생활비라도 하라고

 

내가 뭐랬어?

 

좋다던데

 

미안해
취했을 때 물어봤네

 

타이밍이 좀...

 

아냐, 무슨 소리야?
고마운 얘기지

 

근데 도와줄 사람
진짜 필요해?

 

가게 안 닫을 거면
사람은 필요하지

 

술꾼들이 어디 가나

 

그럼 이렇게 해
바에서 일할게

 

컨트리 바 쪽도
다 청소하자

 

그럼 채용해드리죠

 

좋았어!

 

컨트리 바 오픈!

 

- 이걸로 계약한 거야
- 고마워

 

오늘 5시에 시작할까?

 

좋아

 

- 그럼 이따 봐
- 저기...

 

응?

 

고마워

 

고맙긴

 

속보 - 서울 습격

 

소파 구해야겠다

 

뭐?

 

소파 있어야겠다고
그래야 TV 보지

 

- 그래
- 있어야지

 

데리러 올까?

 

- 그럼 좋지, 고마워
- 그래, 알았어

 

고마워

 

- 딱 좋아
- 그래

 

충격의 여파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구호 병력이
서울에 도착하여

 

각국의 종교 지도자들도
방문을 약속하며...

 

한강

 

더 이상의 공격은 없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흐릅니다

 

괴수의 출현 장소나
파괴 경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근교 지역 모두
초비상 상태입니다

 

생명체가 아닌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내 말은 동물이
아니라는 거지

 

기계 같아

 

무선조종기로
작동되는 로봇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움직이면서

 

다 때려부수지만
아래는 보지 않아

 

허리나 어깨까지 오는
건물에 둘러싸여

 

걷는다고 친다면

 

주위를 둘러보면서
가지 않겠어?

 

다 부술 생각이라도

 

정면만 보는 건
말이 안 돼

 

바닥에 뭐가
그렇게 많은데

 

괜찮아?

 

괴수의 3차 출현은

 

놀랍게도 아무런 피해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괴수가 최초 출현한
장소에서 이동하면서

 

이번 출현이 남긴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나토, 유엔, 연합군은
비상 대기 중입니다

 

정부는 공식 성명으로
괴수의 출현에 대비해

 

포격 준비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치겠네

 

안 돼, 안 돼

 

시민들의 빠른 대피가
어려운 상황이라

 

작전 진행에 따른

 

예상 인명피해 규모를
산출하는 중입니다

 

세계의 구호 단체들은
이런 조치를 규탄했습니다

 

좋아

 

- 안녕
- 안녕

 

- 어떻게 지내?
- 잘 지내

 

요전엔 미안했어

 

말투가 좀...

 

설교만 늘어놓고
괜찮은지도 안 물어봤네

 

난 괜찮아

 

떠보려는 건 아니고

 

거기서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

 

지금 하는 건...

 

지금은...

 

- 일해
- 일?

 

응, 바에서 일해

 

동창이 하는 가게인데

 

아르바이트로 써줘서

 

서빙하고 있어

 

- 서빙을 한다고?
- 응

 

근데...

 

잠깐

 

글로리아?

 

오스카?

 

소파 가져왔어

 

- 안녕
- 안녕

 

소파?

 

소파 필요하다며

 

소파 필요하대?

 

그럼 이쪽으로 오고

 

- 그래
- 여기가 나아 보여

 

- 저쪽 벽에 둘까?
- 응, 거기가...

 

- 세상에
- 왜?

 

소파베드잖아

 

응, 괜찮지?

 

전에 있던
에어 매트리스 기억나?

 

구멍나서 바람 빠지고
허리 엄청 아팠는데

 

고마워!

 

- 그래
- 세상에

 

너무 좋다

 

타이밍 좋았네

 

소파베드에 이런 반응은
나도 처음 보네

 

오늘의 하이라이트야

 

소파와의 사랑을
방해하긴 싫지만

 

일하러 가야지

 

- 안 돼
- 가자

 

아직, 아직

 

출근할 시간이야

 

가자

 

알았어

 

전화만 챙겨갈게

 

그래

 

소파 너무 좋아
신세 갚을게

 

그러니까 오스카가
널 유혹할 땐

 

이런 춤을 출 거야

 

- 그건 결혼식이었지
- 알아

 

평소에 저러진 않아

 

중심부를 가리키면서
손가락을 빙빙 돌려

 

그게 뭐야?

 

못 봐주겠네

 

내 말이

 

발신자: 팀

 

자, 우주비행사가
캡슐로 기어들어간다

 

조엘, 조명 끄고

 

가게 밖 조명도
전부 꺼줘

 

- 알았어
- 아무도 안 듣네

 

- 됐다
- 뭐?

 

- 뭘 들어?
- 우주비행사 이야기

 

돌아가시겠네
한 마디도 안 들었어?

 

응, 그걸 누가 들어?
마술 보여준다며

 

이 이야기의 끝에
보여주는 거야

 

왜?

 

마술만 재밌으면
이야기 때려치워도 돼

 

마술 재미없으면?

 

이야기 때려치워

 

좋아, 잘 봐

 

어쩌고 저쩌고
우주비행사가 어쩌고

 

이제 시작한다

 

불어서 끄지 마

 

기다려봐

 

별로 재미없는데

 

오, 끝내주는데

 

아주 좋았어
아주 좋아

 

이야기 들었으면
더 재밌었겠다

 

너 장난해?

 

나 할 말 있어

 

대신 약속해줘

 

정말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우리만의 비밀이고
아무도 알면 안 돼

 

좋아

 

놀이터에 좀 가자

 

거기서 보여줄게

 

다 왔네

 

그런 사이트가 있어

 

'서울 습격 생중계'
알아서 검색해보고

 

다들 저쪽으로 가

 

- 좋아
- 뭐 하는 건데?

 

아무 말 말고
일단 가 있어

 

좋아

 

좋아, 좋아
다들 저기 있어

 

나는 이쪽에 있고

 

여기로 왔어
이제 어떡해?

 

조엘

 

어서

 

- 그래
- 그래

 

창을 클릭하면

 

세 번째인가에
한강 쪽 화면 있어

 

- 그래
- 그래

 

좋아

 

이제 곧 일어날 거야
잠깐만 기다려봐

 

뭘 기다려?

 

화면 보고 있다가
보이면 말해줘

 

뭘 봐?

 

세상에, 괴수잖아

 

- 보여?
- 보고 있어

 

- 나왔어?
- 괴수? 나왔어

 

맙소사!

 

글로리아
이것 좀 봐

 

어쩌고 있는데?

 

춤추고 있어

 

어떻게 추는데?

 

세상에

 

멈췄어

 

안녕, 바보들아

 

키스 날려줄게

 

이게... 어떻게

 

잠깐만
이럴 리가 없어

 

이건 불가능해
장난 어플이겠지

 

- 이건 장난이야
- 더 춰볼까?

 

어느 영화에 나온
춤인지 알아?

 

이게 무슨 일이야?

 

신청할 춤 없어?

 

계속하긴 뻘쭘한데

 

- 이건 장난이야
- 이게...

 

이게 무슨...

 

너한테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날 쏘고 있어?
진짜로?

 

누가? 어디서?

 

덤벼, 자식들아
해보자 이거야?

 

덤벼!

 

방금 뭐였어?

 

헬기가 충돌했어

 

내 머리에?

 

 

그럼 파일럿은 괜찮아?

 

- 글로리아, 이게 뭐야?
- 젠장

 

나가야겠네
어떻게 나가지?

 

- 어느 쪽이 한강이야?
- 글로리아

 

여기 있기 싫어!
한강이 어디냐니까

 

- 맙소사!
- 뭐?

 

뭔데?

 

입수된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시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모든 걸 잃은 심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일어났네?
열쇠 가져갔었어

 

돌아왔을 때
깨우기 싫어서

 

기분 나쁜 건 아니지?

 

그리고 먹을 게
하나도 없길래

 

내가 몇 명이나
죽인 거야?

 

신문 좀 줘

 

아니, 잠깐, 잠깐

 

- 글로리아, 잠깐만
- 몇 명 죽었냐니까

 

먹을 거 만들어줄게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할까?

 

많진 않아

 

알았지?

 

뭐 하는 거야?

 

많지 않은 게
몇 명인데?

 

- 글로리아
- 100명이야?

 

- 진정해
- 200명이야?

 

- 글로리아
- 그게 몇 명인데?

 

- 누구한테 말해야겠어
- 진정해

 

- 자수할 거야
- 잠깐만

 

다 말할 거야

 

- 무슨 일인지도 모르잖아
- 알아! 알아!

 

또 술꾼처럼 구느라
사람들 떼로 죽였지

 

글로리아, 잠깐!

 

그렇게 된 게 아니야

 

뭐?

 

그 일만 있던 게
아니라고

 

괴수는 혼자가 아니다
거대 로봇 합류

 

이게 나 같아

 

아직도 거리는
잔해로 가득합니다

 

구급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로봇이 나타나서
놀란 건지

 

춤 얘기도 없어

 

그래

 

전에도 8시 5분에
놀이터 간 적 있어?

 

기억 안 나
아마 없을걸

 

아마? 생각해봐

 

그 아침에 놀이터를?

 

없어, 안 가봤어

 

그럼 지금껏 언제든
벌어질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황당하지
우리 둘만 되니까

 

내 괴수 첫 출현이
우리 어릴 때라고?

 

- 응
- 커피 더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혹시 들었을까?

 

뭘 들어?
우리가 서울 부쉈다고?

 

조용히 해!
말하지 마!

 

진정해

 

뭘 들어도
이해가 되겠어?

 

아무튼 진정하고
조용히 하잔 소리야

 

사람들이 보잖아
저 사람들이 쳐다봐

 

안녕하세요

 

제가 로봇이고
얘는 괴수예요

 

나 갈 거야

 

- 갈 거라고
- 잠깐!

 

미안해, 진정해

 

괴수 처음 나타났을 때
얘기하던 중이잖아

 

맞아, 우리 그때
뭐 했지?

 

학교 가고 있었지

 

아니, 그 시간에
뭐 하고 있었냐고

 

학교 가고 있었어

 

8시 5분이면
정류장 가고 있었겠지

 

맞아

 

놀이터 지나갔던
기억도 없어

 

그리고 우리 어릴 땐
그 놀이터 없었어

 

무슨 펜스가
쳐 있었잖아

 

- 공사장이었어
- 쓰레기랑 나무들 있고

 

맞아

 

아직도 자수하고 싶어?

 

아니

 

마음은 불편하지만

 

자수해봐야
좋을 게 없겠어

 

맞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지

 

있어

 

이상하게 생각 안 해?

 

전혀

 

여기 단골이라
오래된 친구야

 

먹을 것도 싸줬어

 

친절하지?

 

좋아

 

그럼 이따가
어디서 만날까?

 

너 쉬는 날이잖아

 

집에 가서 자
혼자 해도 돼

 

지금 장난해?
잠도 못 잘 거야

 

나도 그래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장난을 쳤던 거지

 

기사 중간 중간에
웃긴 비유들을 썼는데

 

당시엔 재밌었고
괜찮겠다 싶었어

 

그냥 말장난이니까
재밌으면 됐다 싶었지

 

잘리진 않았는데

 

인원 감축 시작하면서
나부터 자르더라

 

이 나쁜 놈
진작 알고 있었지?

 

- 응, 미안해
- 뭐?

 

왜 말 안 하고
구경하고 있었어?

 

무슨 스토커처럼
생각할까봐

 

- 이미 늦었어
- 그래

 

그래

 

지금까지 내 소식
다 뒤지고 있었어?

 

당연하지

 

깡촌에서 탈출해서
출세한 친구잖아

 

여기도 나쁘지 않아

 

친구들도 있고
바도 멋지고

 

그렇긴 하지

 

너만 쳐다보는
여자들도 있을걸

 

몇 명 보이던데

 

설마

 

6년 전엔 결혼하기
직전까지 갔었어

 

정말?

 

둘이 잘 맞는지
같이 살아보자고 했었어

 

그 여자는
애도 있었지만

 

오래 못 갔어

 

이 동네에
금방 질리더라

 

안됐네

 

그 여자 탓은 아니지

 

따분한 동네잖아

 

방법이야 있지만
건전한 건 없지

 

이런 일이 아니면
마냥 따분한 동네잖아

 

괴수들이 한국을
공격하는 일?

 

아니

 

네 얘기야

 

뭐야?

 

서울에서 사이렌이 울려
내가 나타날 시간이라

 

시작이네

 

뭐 하는 거야?

 

같이 하는 거 아냐?

 

이건 내 문제야

 

당황스럽네
왜 오라고 했어?

 

내가 언제...
네가 온 거잖아

 

그냥 좀 놔둬
제발 좀...

 

알았어

 

잠깐만

 

됐어

 

너 나타났어

 

다 피했어

 

확실해?

 

응, 확실해

 

해도 돼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안해요
실수였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정부의 회의적인 시선과
대치되는 행동인데요

 

저럴 줄 알았어

 

착한 괴수야
난 알았다니까

 

지능이 있으며
한국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의지가
있어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시민들이 늘었으며

 

서울 시민들도
기운을 차리고 있습니다

 

축하해

 

인터넷 번역가들
못 미더워서

 

그 친구한테
부탁한 건 이해해

 

근데 자기가
번역한 문장을

 

괴수가 그대로 썼는데
안 놀랐을 거 같아?

 

다른 문장들도
같이 부탁했었어

 

- 어떤 거?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디에 쓴다고
말했는데?

 

문신에

 

누가 문신을
그렇게 하냐?

 

"미안해요, 실수였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그런 건 바람피고

 

마누라한테
빌 때나 하는 거지

 

나 같으면
문신 안 하고...

 

그래

 

화장실이나 갔다올게

 

그래

 

시원하게 보고 와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아니, 아니
방금 떠올랐어

 

- 문신을 거꾸로 써
- 왜 거꾸로 써?

 

그래야 네가 읽지

 

자신에게 하는 소리니까

 

왜 자신한테
용서를 구하는데?

 

문신해서?

 

저기

 

여긴...

 

어디 살아?

 

뭐?

 

주소가 뭐냐고

 

- 안녕
- 안녕

 

- 들어와
- 고마워

 

친구들은 아직 있어?

 

응, 나올 때도
바에 있었어

 

고마워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 안 해?

 

이상하게 생각하긴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마실 거 줄까?

 

됐어?

 

편해?

 

세상에, 미안해

 

그게...

 

미안해
내가 착각해서...

 

장난이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또 저번처럼
실수한 줄 알고

 

괜찮아

 

로봇 상가에서 장난치다

 

조엘!

 

일어나! 일어나!
나가야 돼, 빨리!

 

빨리!

 

당장!

 

오스카!

 

글로리아!

 

뭐 하는 짓이야?
정신 나갔어?

 

왜? 노는 건데

 

안녕, 조엘

 

안녕, 조엘

 

오스카, 오스카
거기서 나와

 

뒤로 돌아서
한강 쪽으로 걸어와

 

- 빨리!
- 알았어, 진정해

 

여기 사람도 없어
다 확인했어

 

누굴 바보로 아나

 

젠장, 젠장

 

거기 조심해!

 

적당히 해

 

사람들 죽인 건 너지
내가 아니잖아

 

나가

 

싫다면?

 

알았어

 

맞다

 

오늘 일찍 나와

 

컨트리 바
청소 시작할 거야

 

힘이 남아 있다면

 

왜 그걸 지금
하자는 건데?

 

무슨 소리야?
네가 하쟀잖아

 

오늘 아침의
충격적인 사건 후로

 

여러 가설들이
확인되었습니다

 

두 괴수는
같은 편이 아니며

 

최초 출현한 괴수가

 

서울을 보호하려는
쪽으로 보입니다

 

SNS도 이 사건으로
시끄러웠는데요

 

오늘 가장 인기 있던
동영상입니다

 

괴수와 로봇의 출현으로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서울로 몰려들어

 

이 놀라운 현상을
목격하려고...

 

오늘 남을 거지?

 

정말...

 

정말 잘된 거 같아

 

볼수록 재밌다니까

 

오스카
그만 좀 볼래?

 

보면 안 돼?

 

재밌으면 안 돼?
내가 우스워서 그러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수도 없이 봤잖아
그만하면 됐지

 

그건 아니지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다들 보고 있잖아

 

조회 수를 봐
이건 역대급이야

 

알았어, 알았어
신경 쓰지 마

 

프로젝터 스크린
내려와 있어

 

뭐?

 

스크린 내려와 있다고

 

저러고 가면 울어

 

나더러 하라고?

 

네 일을 하라는 거야

 

- 내가 할게
- 아니야

 

가스!

 

건드리지 마

 

- 왜 또 그래?
- 쟤 일이야

 

글로리아

 

가스! 신경 끊어

 

그냥 화장실로
다시 돌아가

 

변기 안 내려도 돼
똥 안 싸는 거 아니까

 

뭐?

 

내 바에
뭘 숨겨놔도 괜찮아

 

우릴 조금만 더
믿어달란 소리야

 

우린 친구잖아

 

그러니까 지금껏
모른 척해줬지

 

화장실에서 뭐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이게 무슨...
너 미쳤어?

 

나 변비 있는 거
너도 알잖아

 

티 안 나게
잘 닦기라도 하지

 

코에 문제 있어?

 

약 끊은 거
너도 알잖아

 

알아, 알아
다들 알지

 

- 아주 자랑스러워
- 그 말투는 뭐야?

 

문제가 뭐야?

 

똥 싸면 불안해져?

 

앉아

 

맥주나 마셔

 

알았지?

 

글로리아
맥주 안 마실래?

 

난 괜찮아

 

내 눈치 보여서?

 

그럴 거 없어
눈치 보지 마

 

눈치 안 봐

 

그럼 맥주 마셔

 

일요일부터
술 안 마셨어

 

왜?

 

멍청한 짓
하기 싫으니까

 

- 멍청한 짓?
- 그래

 

멍청한 짓은 싫다?
우리처럼 멍청하기 싫어?

 

네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야

 

술 먹고 넘어져서

 

수백 명 죽였잖아

 

그 일 있고서

 

우리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한 마디라도 했어?
안 그랬잖아

 

우린 안 그래

 

가스가 몰래 5년이나
약을 하고 있어도

 

우린 가만있었잖아

 

꺼져!

 

멋대로 해
난 갈 테니까

 

그래, 잘 가

 

우리가 참아줘서...

 

아깐 간다며!

 

너 같은 놈은...

 

신고하기 전에 꺼져!
이 약쟁이야

 

이리 와, 글로리아
맥주 마셔

 

이렇게 하자

 

이 맥주 마시든지

 

내가 그 놀이터 가서
산책 좀 하든지

 

너 지금 장난해?

 

마셔

 

못 이긴 척 마셔

 

마시고 싶은 거
다 아니까

 

좋아

 

건배

 

오스카!
오스카, 잠깐만

 

- 불 다 끄고 잠가
- 오스카

 

오스카
잠깐 들어봐

 

너 취했어
너 취했잖아

 

진짜 사람들이야
이러면 안 돼

 

걱정하지 마
아무도 안 죽여

 

오스카

 

세상이 네 중심으로
도는 줄 알겠지만

 

이젠 아니야!

 

오스카

 

이젠 내 인생도
너 뺨치게 끝내줘!

 

그게 거슬리면
너도 꺼져!

 

시간 맞춰 왔네

 

걱정했잖아

 

시간 못 맞출까봐

 

딱 맞췄어

 

숨차나 보네

 

괜찮아
기다려줄게

 

숨 돌려

 

또 뺨 때리게?

 

왜 이래?
어젠 더 셌잖아

 

자, 세게 쳐봐

 

글쎄

 

모르고 맞아서
더 아팠었나

 

- 오스카, 놔
- 주먹은 안 되지

 

- 잠깐, 잠깐, 진정해
- 오스카, 아파

 

- 상관없어
- 너...

 

아프긴 했는데
살짝 비껴맞았네

 

꺼져

 

꺼져

 

웃기지 마

 

그만!

 

끝났어

 

됐어, 끝났다니까
그러니까 그만들 해

 

끝났어, 그만해!

 

젠장할

 

찢어졌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받아!

 

가게 열쇠야
거기 다신 안 가!

 

올걸?

 

그래?

 

그래

 

계속 출근 안 하면

 

내일 다시 와서
다 부숴버릴 거니까

 

그럼 내가 돌아와서
박살내 줄 거야!

 

못 할걸

 

지금까진
내가 봐줬으니까

 

출근할 거지?

 

가게에서 봐
가자

 

안녕

 

안녕

 

혼자 왔어?

 

글로리아
사과하고 싶었어

 

일이 그렇게 돼서

 

아침 내내
오스카와 있었는데

 

오스카도 미안하대

 

자기도 미안하다면서
나한테 찾아가서

 

저걸 주라고 했어

 

이게 뭔데?

 

너 주는 거야

 

집에서 쓰라고

 

양탄자도 몇 개 있고
의자도 있어

 

사이드 테이블도 있고

 

내가 다 내려줄게

 

글로리아?

 

글로리아, 어디 가?

 

- 글로리아
- 뭐 하는 짓이야?

 

들어와

 

커피나 뭐 줄까?

 

트럭에 싣고 온
가구는 뭐야?

 

전에 말했잖아
삼촌 집 물건이야

 

이젠 안 쓰셔서
네가 써도 돼

 

갖기 싫어

 

너무 부끄러워

 

그래야지

 

어디 다쳤어?

 

어디 찢어지거나
멍들거나

 

그런 건 없어

 

진짜 괜찮아?

 

희생자가 없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널 때리다니
미칠 거 같아

 

기분이 엉망진창이야

 

생각만 해도 죽겠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없을까?

 

그럼 하나 약속해줘

 

가게 닫으면
남아 있지 마

 

마감하면
집에 오는 거야

 

- 늦게까지 마시지 말고
- 그래

 

- 약속해?
- 그래, 약속할게

 

나도 술 먹고
사고 쳐봤어

 

괜찮아

 

고마워

 

이런 세상에

 

팀, 잠깐...

 

뭐?

 

안녕

 

들어와

 

그래

 

뭐 좀 마실래?

 

맥주는 없지만...

 

- 아니, 됐어
- 됐어?

 

너한테 이메일도
좀 보냈었고

 

전화도 했는데
안 받길래

 

걱정했어

 

미팅은 언젠데?

 

내일 아침

 

전에 여기 와봤어?

 

아니, 처음이야
이쪽 거래처는 없어서

 

여기 온 건
진짜 우연이네

 

별다른 뜻은 없고
진짜 우연 같아서

 

왜 그렇게 말해?

 

- 어떻게?
- "우연 같아서"

 

아니야, 됐어
신경 쓰지 마

 

아니, 아니
네 말이 맞아

 

우연의 일치가
요새 좀 있었지

 

뭐가?

 

1년이나 일을 찾다가
고향에 왔는데

 

갑자기 취직되고

 

진작 종업원 일을
알아볼 걸 그랬어

 

넌 종업원이 아니야

 

이건 새롭네

 

뭐가?

 

이렇게 질투한 적
없었잖아

 

질투는 무슨
이게 질투 같아?

 

여기까지 온 게
이상해서 그래

 

아니야, 질투...

 

지금껏 한 번도
질투 안 해봤어

 

질투는 무슨 질투

 

그런 거 안 해
어쨌든 우리 깨졌잖아

 

- 내 말이
- 그럼 상관없지

 

네 맘대로 해

 

취직해서 내 앞가림
하는 것만 빼고?

 

그래, 아주
잘하고 계시지

 

고향으로 돌아와서
종업원이나 하고

 

그게 뭐?

 

바에서 일하잖아!

 

네 안티들이나
별 소리 안 하지

 

아주 잘하고 있네

 

아주 발전했어

 

돈 없어서 친구들한테
술 얻어마셨는데

 

이젠 바에 기대서
마음대로 퍼마시고

 

나한테 돈 빌렸었는데
이젠 팁도 벌고

 

아주 대단해
아주 잘하고 있어

 

- 나 갈게
- 아니, 잠깐만

 

미안, 미안, 미안

 

- 아니야
- 이러려던 게 아닌데

 

내가 못나게 굴었어
미안해, 미안해

 

아니, 출근해야 돼
교대 시간 돼서

 

내가 태워다줄게

 

아냐, 괜찮아

 

나도 가보게

 

퀴퀴하네

 

잠깐, 이게 뭐야?

 

이쪽은 스포츠 바
여긴 컨트리 바네

 

저건 뭐지?

 

바비큐 굽는 덴가?

 

이게 뭐야?

 

안녕하세요

 

이쪽은 팀
이쪽은 오스카야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글로리아의 생각이었어요

 

뭐가?

 

이쪽은 몇 년째
닫아놨었는데

 

글로리아가 썩히는 게
어이가 없다고

 

다시 열자고 해서
이렇게 된 거죠

 

앉을까요?

 

무슨 일로 왔어요?

 

일 때문에요

 

일?

 

일 좋죠

 

미안해요
뭐 좀 마실래요?

 

좋죠, 맥주 주세요

 

- 고마워요
- 그러죠

 

두 병 줘

 

글로리아가 돌아와서
정말 좋아요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아이디어도 많고

 

사실 놀랐어요

 

왜요?

 

이런 일은
못 할 줄 알고?

 

아뇨, 이건 하겠죠

 

워낙 쉬운 일이니까?

 

아뇨, 이 일도
값진 일이죠

 

알아주니 고맙군요

 

예전엔 이런 일
안 해봤거든요

 

나 없을 때
내 얘기 말아줄래?

 

오스카
커피 좀 주겠나?

 

아니야, 잠깐만

 

가지 마

 

잠깐만요

 

앉아

 

팀, 바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황당한 짓이 뭘까요?

 

뭐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여기 서서
엉덩이를 깐다거나

 

아주 무례하겠지만
그게 처음은 아니에요

 

전에 있던 일이죠

 

이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근데 있던 일이었어요

 

그렇죠, 조?

 

그래, 이제
커피 좀 주겠나?

 

잠깐만요

 

저쪽 코너에서
오줌을 싼다거나

 

유리창을 깬다거나

 

우리 둘이 여기서
주먹다툼을 한다거나

 

이런 것들도
황당한 짓들이겠지만

 

가장 황당한 짓은
그런 게 아니에요

 

잠깐만요
금방 올게요

 

이걸 처박아둔 게...

 

10년이나 됐구나

 

사람들은 이게...

 

술통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 틀렸어요
그건 아니지

 

이건 이 바에서
가장 불법적인 물건이죠

 

내 친구 가스와

 

다른 친구가
생일선물로 줬던 거예요

 

멕시코에 휴가 갔다가
사온 거래요

 

세관을 통과한 게
아직도 신기하지만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조심해요

 

얼마 전까지 친구들과

 

트럭을 타고
큰 폭죽을 싣고

 

교외에 나가
터뜨리곤 했죠

 

그때도 동네 주민들이
난리가 났었는데

 

이 폭죽은
제일 큰 거라서

 

못 써봤어요

 

무서워서
못 쓴 게 아니라

 

큰 놈이라 아낀 거예요
특별한 날 쓰려고

 

그래서 매번 미뤘죠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니
나이가 들어서

 

폭죽 놀이를
안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저 선반에서
내내 기다린 거죠

 

몇 년이고
그날이 올 때까지

 

조, 웬만하면
비켜 있어요

 

- 오스카, 오스카
- 이게 무슨...

 

뭐 하는 거예요?

 

안 돼, 안 돼

 

숨어!

 

빨리 나가자

 

어때요?

 

당신은 미쳤어!
가자, 글로리아

 

바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황당한 짓을 했어

 

왜 했는 줄 알아?

 

내가 그래도

 

글로리아는
못 떠나니까

 

웃기고 있네
가자

 

글로리아?

 

내일 점심에
떠날 거야

 

제발 같이 가

 

실은 미팅도 없어

 

너 때문에 온 거야

 

거짓말이었어

 

미안

 

제발

 

웃긴 놈이네

 

깜짝이야

 

오스카

 

미안해
놀래키려던 건 아닌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옛날에 너희 부모님이
우리 집에 여벌로 줬어

 

열쇠 놓고 나가

 

진정하고 앉아

 

당장 나가
신고하기 전에

 

해봐

 

고마워

 

딴 건 아니고

 

네 남자친구
때문에 왔어

 

- 전 남자친구야
- 뭐든간에

 

같이 돌아가자고
떠들던데

 

갈 생각 있나보지?

 

전화 못 하게
막으려고 왔어

 

피곤하면 좀 자
난 여기 있을게

 

너 미쳤구나

 

너도 알지?

 

그러니까 너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왜 그래?

 

너 자신을
혐오하는 거야

 

뭐?

 

다른 이유가
있나 했어

 

날 갖고 싶어서
저러나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단순한 이유였어

 

넌 자신을
혐오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자기가 초라해지는 걸
못 참는 거야

 

아주 단순하고

 

딱한 이유지

 

팀, 일단 듣기만 해

 

같이 갈게

 

알았지? 안녕

 

안 돼!

 

젠장

 

가고 싶으면 가

 

뉴욕으로 가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네가 없으면
매일 아침...

 

이렇게 될 거야

 

안 돼

 

글로리아
어떻게 된 거야?

 

- 미안해
- 어디야?

 

어떻게 된 건지
말을 해줘야지

 

비행기 타느라
전화를 못 했어

 

- 비행기?
- 어딜 좀 와야 했어

 

어디라니?

 

지금 장난해?
이거 농담이지?

 

나 괜찮다고
말해주러 걸었어

 

그리고 바람 맞혀서
정말 미안해

 

이게 무슨 일인지
말해줄 거야?

 

아니

 

설명은 해줘야지

 

왜?

 

날 집에서 내쫓을 때

 

내가 통제불능이고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고 했잖아?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역대 최고로
통제불능이야

 

지금 어딘데?

 

글로리아?

 

글로리아?

 

글로리아, 글로리아?

 

젠장...

 

제발

 

제발

 

제발 내려줘

 

당장 내려줘
빌어먹을!

 

속보 - 서울 평화를 되찾다

 

방금 로봇
날아간 거 봤어요?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놀라운 이야기
들려드릴까요?

 

이야기 좋죠

 

마실 거 드릴까요?

 

각본/감독 나초 비가론도

 

앤 해서웨이

 

제이슨 서디키스

 

댄 스티븐스

 

오스틴 스토웰

 

번역 황석희